엔카

‘아방스’로 일컬어지는 아반떼 AD의 스포츠형 모델. 1.6L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터보차저를 덧붙여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냅니다. 이는 아반떼 AD 노말보다 50% 이상 강화된 거죠. 0→100km/h 가속은 실측 7초 초반이고 최고속도는 215km/h에서 제한. 한층 단단한 스프링과 높아진 댐퍼 감쇠력, 리어 서스펜션 구조 변경(토션 빔→멀티 링크)으로 VW 7세대 골프 GTI와 유사한 주행 질감을 연출합니다.

필자도 6단 수동변속기 모델을 17년 9월 출고해 운용 중입니다. 현재(17년 12월)까지 6,000km 탔는데 결과적으로 대만족. 사실 처음 살 때는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냐’는 마음이었고 그저 몇 달 타다 중고 시장으로 던질 계획이었는데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최소 몇 년 간 트랙용 FF 자동차로서 보유하려 합니다. 그만큼 맘에 들고 사랑스런 차예요.

순정 상태로도 서킷에서 좋은 랩타임을 보이고 일상에서 운전재미도 으뜸입니다. 특히 수동변속기 조작감이 토요타 86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합니다. 코너에서는 뒤쪽이 필요 이상으로 끈끈하긴 한데(언더스티어) 트레일 브레이킹을 과감히 연습할 수 있다며 정신승리 중. 지금까지는 아무런 잔고장 없었고 약간의 튜닝, 요컨대 피코제 KSF 인증 배기와 브레이크 패드, 도풍판 장착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게다가 여기까지 고작 60만원이 들었을 뿐입니다. 포르쉐 박스터 정품 테큅먼트 가변 배기는 400만원이고 아크라포비치는 930만원인데.

옵션 제외한 아반떼 스포츠 값은 2,002만원. 수입차 중에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가지려면 최소 두 배 더 마련해야 합니다. 만일 아반떼 스포츠 수동변속기 모델로 한정한다면 <이차어때>? 모카>에서 별 다섯 개도 부족할 만큼 훌륭한 차라는 평가입니다. 대신 7단 DCT는 쓰레기입니다. 그러니까 아방스 살 거면 수동으로 사시고, 어쩔 수 없이 DCT로 가야 한다면 i30를 권합니다.

L당 12~13km 가는 좋은 연비에 일반 아반떼와 실내 거주성이 같아 데일리로도 쓸 만합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출렁거리는 노말 모델보다 오히려 아반떼 스포츠 쪽이 다루기 편한 것도 사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자연스레 아반떼 스포츠 열쇠에 손이 갑니다. 아반떼 스포츠는 기능성 트레이닝복 같아요. 더러워져도 신경 안 쓰이고 찢어지거나 헤져도 속 상하지 않아 부담 없는 존재.

그러나 동승자들은 승차감이 딱딱하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트레이닝복도 그렇잖아요. 나는 편할지언정 나를 바라보는 이는 꼭 그렇지만은 않지요. 동반자석 착좌 위치가 묘하게 높은 게 어색하고 뒤에 타는 사람들은 유독 하체 뻣뻣하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이런 연유로 가끔 아반떼 스포츠로 부모님 모실 때 굉장히 죄송스럽더군요. 제네시스에 누군가를 태우면 베푸는 기분인데 아반떼 스포츠는 괜히 미안해집니다. 내 기름이랑 내 차로 태워주는 건데도. 결국 동승자 탈 상황이 많은 입장이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반떼 스포츠 곁에 마일드한 차를 하나 더 두세요. 아니면 모든 걸 내려 놓고 아반떼 AD 스탠다드 모델 택하는 쪽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