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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도 젠더갈등이?...현대도 테슬라도 ‘나 쟤 감당 안 돼’

2022.01.04 차돌박이
젠더갈등이 극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의 풍경...<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여기 갤럭시 충전 되나요?”
“아 저희는 아이폰 충전기밖에 없어서…”

식당이나 주점에서 핸드폰 충전을 맡기고 싶을 경우, 종종 ‘충전 규격’이 달라서 낭패를 겪은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과거 2000년대 폴더폰을 사용하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은 충전포트 규격이 난립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24핀, 20핀, 18핀, mini usb 등등 과거에는 수많은 핸드폰 충전 규격이 존재했고,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핀 규격을 바꿔주는 ‘변환 젠더’였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젠더’라는 표현은 과거 용산 전자상가에서 퍼져나간 콩글리시로, 단자의 규격 자체를 바꿔주는 제품은 ‘어댑터’ 혹은 ‘컨버터’가 올바른 표현이죠. 그런데 이 젠더갈등,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댑터 갈등]이 전기차 업계에서도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갈등은 ‘국내 한정’ 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유럽과 중국의 테슬라 오너들은 충전젠더 걱정 없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초창기 핸드폰 충전규격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역시 ‘충전 규격’을 두고 수많은 경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12월, 한국 국가기술표준원은 DC콤보(CCS COMBO1)을 통일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2018년 DC콤보가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공식 채택되면서, 그 뒤로 정부 주도로 지어지고 있는 모든 급속 충전소는 DC콤보 규격만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DC콤보 규격 충전소는 전국에 4천여 곳이 넘으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테슬라가 이 DC콤보와는 다른 독자적인 충전 규격을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뒤로 테슬라 오너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새롭게 지어진 [DC콤보 급속충전소]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테슬라 오너들은 꾸준히 테슬라에 DC콤보 어댑터 출시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습니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오직 독자 규격 사용만 강요하며 ‘국가 표준’을 무시하거나, ‘어댑터’를 금지했던 것도 아닙니다. 사실 테슬라에서는 이미 ‘DC 콤보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유럽 연합 전기차 충전 표준인 [DC콤보 CCS2] 규격 어댑터였죠. 심지어 'GB' 충전규격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해당 충전 규격을 정식으로 탑재하는 한편, 구형 모델 보유자들에게는 변환 어댑터를 무료로 제공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의아한 점은 테슬라가 유독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표준으로 채택한 [DC콤보 CCS1] 규격 지원에 유독 인색했다는 점입니다. 2018년 [DC콤보 CCS1]이 대한민국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확정되자 그 이듬해, 테슬라는 모델 3 구매 고객에게 어댑터를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국가표준 충전 규격에서 탈락한, 앞으로 자연스럽게 사양세로 접어들 ‘차데모’ 규격 어댑터인 게 문제였죠.

그렇게 테슬라의 [DC콤보 CCS1] 어댑터 출시가 지연되는 동안, 국내의 DC콤보 규격 충전소는 점점 늘어갔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테슬라 오너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갔습니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신규 충전기는 모조리 DC 콤보 규격이었고,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민간 기업의 충전소라는 특성상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공용지에는 설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지난 10월 19일, 드디어 테슬라의 [DC콤보 CCS1]가 출시됐습니다. 상반기였던 출시 일정이 지연되고, 예정보다 많은 주문이 몰리자 ‘주문 취소’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출시 이후 ‘웃돈’이 붙어 거래될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전기차 카페의 반응을 봐도 슈퍼차저보다는 충전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실사용 테슬라 오너들 대부분은 매우 만족하는 반응입니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대한민국 테슬라 오너들의 ‘젠더 갈등’, 아니 ‘어댑터 갈증’은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 소개란의 ‘한 줄’을 읽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300A(암페어) 초과 공공 급속 충전기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하한 문제에 대해 Tesla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300A 초과 공공 급속 충전기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바로 현대자동차가 한국도로공사와 협약을 통해 보급중인 ‘초급속충전’ 바로 E-pit(이하 이핏)의 DC콤보 충전규격이 400A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전국 12개 고속도로에서 초급속충전소 이핏을 운영 중이고, 향후 도심 운용지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테슬라 오너가 이핏에서 급속 충전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전적으로 소비자 책임이 되는 겁니다.

사실 테슬라만 이핏 사용을 막고 있는 건 아니긴 합니다. 이핏 측 역시 ‘모든 종류의 어댑터 사용’을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때 한국도로공사가 현대자동차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도로공사가 해당 사업에 테슬라도 참여시키려고 했으나 테슬라가 무응답으로 일관한 끝에 결과적으로 현대가 독식하게 된, 한 마디로 테슬라 본인의 탓이었죠.
전기차 충전의 핵심 니즈는 역시 ‘속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공공충전소라면 충전속도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테슬라는 전국적으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추세긴 하지만, 휴게소 등의 공공부지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공공부지에 현대의 초고속 충전소 이핏이 늘어날수록 테슬라 오너들은 또다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데자뷰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행중 충전 경고 메시지가 뜬 상황에서 흔들리는 차창너머로 보이는 고속도로 이핏 충전소를 지나칠 때면 더더욱 말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충전 어댑터’ 하나 출시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고, 그나마도 완전히 책임질 수는 없다는 ‘뚝심’을 보이고 있는 테슬라가 유럽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개방개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11월 2일, 네덜란드의 슈퍼차저 10개소를 타사 전기차 고객들에게도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 타사 전기차 이용 고객이 ‘충전 규격’이 달라 슈퍼차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충전소에 자체적으로 [DC콤보 CCS2] 어댑터를 구비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죠.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오닉5에 슈퍼차저를 물리고 모델Y가 고속도로 이핏에서 급속충전을 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계의 공존공영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인가, 작은 희망을 품어봅니다.

테그

전문가 평가

89.3
  • 90 파워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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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5 승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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