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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개발한 바퀴 90도 '가로주차' 기술...90년 전에도 있었다?!

2022.01.04 차돌박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축구 국가대표팀이 철벽수비 이운재와 안정환의 헤딩골로 이탈리아를 침몰시켰던 2002년! ‘오너 드라이브’를 꿈꾸며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은 이들을 침몰시킨 ‘통곡의 벽’이 있었습니다. 바로 평행주차 코스였습니다. 평행주차를 쉽게 하는 몇몇 ‘비법’들이 전수되어 내려오기도 했지만, 나란히 서있는 차량 두 대 사이의 빈 공간에 차를 주차하는 ‘평행주차’는 모든 초보운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결국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평행주차 평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인생은 실전인 법입니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주차장 사이의 빈 공간이나 길가에 차를 대려면 평행주차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차량은 조향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초보운전자들이 차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번뇌에 휩싸여야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운전자들이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꿈의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바퀴가 직각으로 꺾여서 차를 옆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직 조향’ 기술이었죠. 20년 전 국내 개봉한 영화 ‘소림축구’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차를 적당히 세워둔 뒤 내공을 사용해 차를 옆으로 밀어넣는 장면이 나왔던 것을 보면 이 ‘수직 주차’에 대한 로망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림축구’에서 기적의 수직주차가 등장한지 어언 20년. 지난 (10월 24일) 현대모비스가 이 ‘수직 주차’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의 바퀴가 축 없이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90도까지 자유자재로 회전할 수 있다는 ‘e-코너 모듈’이 그 주인공입니다. 조향, 브레이크, 서스펜션, 구동 기능이 하나의 모듈로 통합돼 각 바퀴에 달려 있어 바퀴 4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이 옆으로 이동하는 ‘수직 이동’은 물론, 제자리 회전까지 가능한 기술입니다. 2025년까지 현대차가 개발중인 자율주행 미니밴에 이 기술을 탑재하겠다고 밝힌 현대모비스의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e-코너 모듈은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양산 사례가 없다”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뭔가 알아채셨을 겁니다. ‘양산’ 사례, 즉 상용화 사례가 없다는 것은 ‘수직주차’의 로망을 품고 먼저 살다 간 선구자들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첫 ‘수직 주차’기술은 무려 90년 전에 발명되었습니다.



광활한 숲을 개척하며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벌목꾼’은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직업군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1932년 캘리포니아의 벌목꾼이었던 ‘브룩스 워커’씨는 대자연 대신 인간 문명 개척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하부에 동력축과 수직으로 설치된 ‘5번째 바퀴’를 넣어서 차량이 좁은 공간에서 평행주차를 가능하게 한 것이죠. 사실 이 기술은 앞서 말한 ‘수직 주차’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평행주차공간에 차 앞부분만 넣고 나면 차체 뒤편을 거의 수직에 가깝게 밀어넣을 수가 있었습니다. 브룩스 씨는 그 뒤로도 제품에 개량을 거듭하며 자신의 차량에 해당 ‘수직 주차 기능’을 넣어 실제로 이용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상용화에는 실패했습니다. 지금 봐도 획기적인 이 기술이 실패한 이유를 브룩스 씨를 취재한 1952년도 미국 [라이프]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브룩스 씨의 장치는 불과 9초 만에 차량을 수직으로 주차시킬 수 있었다’
‘이 장치를 장착하는 가격은 약 175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가치 200만 원)’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 해당 장치는 캐달락의 트렁크 공간을 모조리 차지한다’


해당 ‘수직 주차’ 장치는 분명 지금 봐도 매력적인 기술이지만 그 대가로 거의 대부분의 트렁크 공간을 희생해야 했기에 대중화되지는 못했습니다. 덧붙여 현재 화폐가치로 약 200만원에 달하는 ‘옵션가’도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브룩스 워커 씨는 말년까지도 수직 주차에 대한 ‘로망’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특허청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브룩스 워커 씨는 1932년 최초로 특허를 등록하고 50년이 지난 1984년에도 해당 장치를 소형화해 새 특허를 출원하는 근성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상용화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동방예의지국에서 비슷한 생각을 한 발명가가 등장합니다.



1985년,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던 발명가 김세웅 씨는 유압을 이용한 ‘차량 수직 주차 기술’을 특허 등록했습니다. ‘5번째 바퀴’를 달아 차량 후미를 움직이는 브룩크 씨의 방식과는 다르게 김세웅 씨의 특허는 차량 중앙에 ‘유압 실린더’와 별도 구동계를 탑재해 차량을 원하는 방향으로 전후좌우 어느 방향이든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었습니다. 당시 김 씨의 발명은 국내외 10개 자동차회사가 접촉하며 언론에 대서특필된 끝에 일본의 자동차회사가 27억 원의 거액을 주고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그 뒤로도 이 ‘수직 주차 장치’를 듣도보도 못한 걸까요? 80년대 중반은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고급 옵션을 넣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차량의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평행주차가 어렵다고 한들 좌우지간 사람이 용을 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추가비용을 부담할 소비층이 넓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김 씨의 기술은 의외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바로 극도로 제한된 공간에서 전후좌우 자유로운 수직이동이 필수불가결인 환경, 즉 공장이나 창고에서 사용되는 지게차에 김 씨의 특허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사족으로 김 씨는 그 뒤로도 차량 충돌이 감지될 경우 앞유리에 강철 보호커튼이 내려오고, 운전석이 자동으로 뒤로 젖혀지는 ‘운전자 보호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장치의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 80km가 넘는 속도로 차량에 부딪힌 뒤, 무사히 걸어나오는 시연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초월적인 발명정신을 보여줬던 김 씨는 포항공대에 강연을 다니고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는 등 한동안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지만 2010년 이후 김 씨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김세웅 발명가님의 근황을 알고 계신 분은 편집부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수직 주차’를 꿈꿨던 김 씨의 의지는 국적을 초월해 이어졌습니다.



20세기 내내 상용화 되지 못했던 ‘수직 주차의 꿈’은 21세기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6년 캐나다의 트럭 운전수 ‘윌리엄 리디아리’씨는 자신의 차고에서 8년 동안 8천 만원을 투자한 끝에 새로운 수직 주차 기술을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윌리엄 씨의 발명품은 ‘전방위 가동 가능 휠’이었습니다. 윌리엄 씨는 추가적인 구동계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휠’의 계량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휠 자체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가로 구동축’을 넣고, 특수한 타이어를 이용해 차 바퀴를 옆으로 밀어낼 수 있게 만든 겁니다. 한 가지 문제라면 역시 가격이었습니다. 윌리엄 씨는 이 ‘특수 휠’이 1개당 200만원 가량(1540달러)의 가격이라고 밝혔는데, 수직 주차를 위해서는 당연히 4개의 휠을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속칭 ‘휠 1짝’을 풀셋으로 맞춘다면 무려 800만원짜리 옵션이 되는 셈인지라 우리는 아직도 그의 발명품을 일상에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공개한 4륜 독립구동 시스템인 ‘e-코너 모듈’은 전혀 새로운 개념의 신기술일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사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e-코너 모듈’을 이미 탑재한 차량은 미국에서 무려 5년 전에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한 가지 차이라면 그 자동차가 달리는 장소로 상정된 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점이죠. 지난 2015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전동 버기카 MRV(Modular Robotic Vehicle)를 공개했습니다. MRV는 모든 움직임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기차입니다. 반자동제어장치(drive-by-wire) 시스템을 탑재해 액셀러레이터와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사이에 기계적 연결이 없어 바퀴 4개가 모두 독립적으로 조향/구동한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공개한 ‘e-코너 모듈’과 동일합니다. 나사의 MRV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99km 연속 주행이 가능하고 최고속도는 64km/h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많은 엔지니어와 발명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직 이동 자동차’는 여전히 우리같은 일반인에게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사실 현대 또한 단순히 ‘기술적 열정’으로만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수직 주차 기능’(정확히 말하자면 ‘4륜 독립 조향 기술’)을 2025년에 개발 예정인 자율주행 미니밴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그 속내를 추정해봅니다. 사실 ‘자율주행 미니밴’의 영역은 현대가 상당한 후발주자입니다. 한 발 앞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선배’들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만큼 ‘실용성’있는 기술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할 것이기에 이번 ‘수직 주차 기능’을 발표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이번 ‘수직 주차 기능’ 정확히는 ‘4륜 독립 조향 시스템’이 반가운 소식인 건 사실입니다. 상용화라는 건 단순히 작동이 가능한 것을 넘어서 ‘상업성’과 ‘안정성’또한 뒷받침되어야 되기 때문이죠. 현대가 ‘상용화’를 공표한 이번 ‘수직 주차 기술’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입니다.

테그

전문가 평가

89.3
  • 90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95 안전성
  • 95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차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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