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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담은 플래그십 세단, 폭스바겐 아테온 2.0 프레스티지 시승기

폭스바겐의 5도어 패스트백 세단, 아테온이다. 그 이름은 'Art'와 'Eon'의 합성어로 작명되었고, 각각 예술과 영겁의 시간을 의미한다. 사실상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의 플래그십 세단이던 '페이톤'은 브랜드 이미지의 한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은 바 있다. 폭스바겐의 아테온 2.0 TDI Prestige 트림을 시승했다.

처음 마주한 아테온의 첫인상은 통상적인 플래그십 세단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중후하고 대담한 이미지의 대형 세단이 아닌, 날렵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을 지닌 5도어 GT에 가까운 것이다. '예술과 영겁의 시간' 을 추구한다는건 한 번의 실패를 겪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전략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설계한다 한들 프리미엄 세단의 대체제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예술적 감각의 디자인과 스포츠성을 지닌 합리적인 준대형 세단은 흔치 않은 현실이다. 세단의 본질에서는 멀어지겠지만 보수적인 시장보다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방법이 쉬울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토록 매력적인 스타일링을 지닌 아테온이다. 2015년 공개된 스포츠쿠페 GTE 컨셉트의 디자인 언어를 반영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헤드램프 그래픽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엔진룸을 깔끔하게 감싸고 있는 크램셀 후드가 정교함을 이야기한다.이 클램셀 후드의 분할선을 따라 이어지는 측면 캐릭터라인도 완성도를 가산한다. R라인 패키지를 적용했다면 디자인은 더욱 진취적으로 변하겠지만, 담담한 스탠스를 보여주는 베이스모델의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백미는 쿠페스타일을 지향하는 패스트백 루프다. A필러의 끝지점부터 완만하게 떨어져 내려오는 C필러라인이 마치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고 유연한 폼 팩터를 형성한다. 리어펜더를 부풀려 숄더라인을 강조하면서 리어엔드의 윤곽을 세워 전체적인 부피감을 더욱 풍부해 보이게 만들었다. 얇고 선명한 테일램프도 쿠페의 늠름한 인상을 남긴다. 매끄러운 리어엔드를 위해 트렁크 손잡이를 엠블럼에 통합시킨 점도 섬세해 보인다. 쿠페의 요건인 플래그타입 사이드미러와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완벽이다.

인테리어도 익스테리어처럼 정교함을 느껴볼 수 있다. 하이테크 감성을 더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터치식 버튼이 적용된다. 작동감은 아쉬워도 반응성은 물리 버튼 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새롭게 적용된 스티어링 휠과 평면 엠블럼은 조형미가 있다. 물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보니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는 잔존한다. 특히 기계식 기어레버가 올드한 느낌을 지워주진 못하는 법이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조작감이 밋밋한 다이얼 기어나 토글 레버 보다는 한 결 재미를 더해줄 수 있겠다.

그렇듯 아테온이 오직 멋을 위한 승용차는 아니다. 5도어 GT라는 스타일에 걸맞는 주행감도 추구한다. 트윈 도징 시스템으로 환경규제를 충족한 2.0 TDI 디젤엔진은 굵직한 토크감을 뽐낼 수 있다. 신기하다고 느낀 점은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리니어한 출력 전개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완성도는 폭스바겐 그룹이 정상에 있다고 본다. 시내 주행에서는 토크컨버터와 같은 매끄러움을 보여주지만 급가속에서는 재빠른 응답성을 보여준다.

디젤 엔진치고는 엔진 소음이 작은 편이라 느꼈다. 다만 스포츠 주행에서도 인위적인 떨림이나 소음이 크게 유입되진 않았다. 그저 다운시프트를 할 때 울려퍼지는 부밍음과 토크감이 긴장감을 더해준다. 그런 아테온의 스포츠성을 증명하는 장비는 DCC이다.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이다. 감도 조절이 가능한 파워스티어링과 엔진 반응은 물론, 가변식 댐퍼가 적용되어 총 15단계로 감쇠력을 조정할 수 있다. 산기슭으로 향하는 와인딩 코스에서 아테온의 끈끈하고 묵직한 핸들링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도심지나 항속주행에서는 댐퍼의 감쇠력을 낮추고 핸들의 민감도를 높여 편안한 승차감을 지향할 수 있게 된다. 날렵한 디자인은 전적으로 스포츠 주행을 지향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5도어 GT를 선택한다는 점은 어느정도 데일리 성향까지도 염두에 둔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메모리 시트와 이지 엑세스, 컴바이너 타입 HUD, 어라운드 뷰, 스마트폰 무선 미러링 등 웬만한 편의장비는 전부 탑재되어 있다. 물론 라이트 어시스트나 ACC 등 반자율 주행 장비도 포함된다. 나름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이라 하는데 옵션이 부족해서는 안된다.

또, GT카는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5도어 형태의 아테온은 뛰어난 공간활용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시원한 개방감을 보여주는 해치게이트, 트렁크 공간 자체도 상당히 넓지만 시트를 폴딩하면 '차박'까지도 가능할 듯 하다. 웬만한 SUV보다는 바닥 면적이 넓다. 굳이 차박이 아니더라도 넓은 크기의 트렁크 공간은 기나긴 여정에 필요한 많은 짐들을 싣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패스트백 루프는 2열 공간을 희생시킨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렁크 공간을 늘어나는 장점이 생기기도 한다.

2열 공간도 썩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뒷좌석의 거주성을 중요시 여긴다면 패스트백 세단보다는 SUV가 옳은 선택이다. 하지만 아테온의 멋과 주행감에 매력을 느껴버렸다면 상대적인 2열 공간의 아쉬움은 큰 마이너스 요소가 아닐 듯 하다. 생각보다 편하다. 헤드룸이 좁고, 시트 각도가 낮기는 해도 E세그먼트 체급에 근간을 둔 여유로움이 있다. 독립 공조와 시트 열선까지 내장되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솟아오른 센터터널로 인해 5명이 승차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5인 가족의 가장에게는 멋을 희생시키는 선택이 옳다고 당부드린다.

한여름의 날씨는 뜨겁고 습하다. 하지만 아테온에서 바라보는 녹음이 짙은 풍경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울창한 숲속에서 바라보는 아테온의 모습까지도 아름답다. 뭔가 많은 생각이 교차되기도 한다. 공학기술의 산물인 자동차와 자연친화적인 풍경은 상반되면서도 산뜻한 조합이다. 원래부터 미래지향적이라 생각했던 아테온의 디자인은 더욱 이세계적이고 정교해 보인다. 도심지나 서킷이 어울리는 공격적인 스타일링을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거리 주행이나 여행에 적합한 실용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의외라는 것이다.

최근 몇년사이 디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꼈다. 마치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처럼 세상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고온의 배기가스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건 당연하다. 그에 대한 대비책이 중요한 것이다. 아무튼 재인증을 받고 출시한 차량이니 책임은 덜었다. 무엇보다 디젤엔진은 '고효율' 사이클이다. DSG변속기와 매칭한 아테온의 공인연비는 15.5Km/L에 달한다. 준수한 주행성과 넓은 실내 공간을 지니고 'ECO' 모드에서는 동급 최고의 연료소비효율을 보여준다는 강점이다.

연비만큼 절대적인 수치는 없다고 본다. 무조건 높을 수록 좋은 성능 지표다. 앞서 언급한 디젤 엔진의 세팅이나 DSG 변속기 로직의 기술력도 중요하고, 아테온의 패스트백 디자인도 공력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스포츠카를 보고서 날렵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근본적으로 공기를 다루에 유리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테온도 공기를 참 잘 다루게 생겼다. 아테온의 공기저항계수는 약 0.28cd 이다. 항속거리에 사활을 거는 전기차 시대에서는 딱히 돋보이는 수치가 아니긴 하다. 냉각성능도 중요한 내연기관 자동차다.

아무렴 연비만 잘나오고 가속감만 시원하면 Cd의 의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전기자동차보다 지속가능성을 품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선호한다. 낭만주의에 불과한 내연기관의 감성을 외치지는 않는다. 단거리 주행에는 가속감이 부드럽고 조용한 전기차가 편하다고 생각하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에서의 불편함과 높은 가격대는 새로운 고민을 낳는다. 그리고 아테온에서 답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연비가 좋고 편하고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 세단이다. 지속가능성을 가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멋있다. 사실 아테온만의 스타일이 없었다면 결국 주목받지 못했을 자동차라는 생각도 든다. 다재다능한 섀시 감각이나 훌륭한 연비, 실용성 등은 타본 사람만이 이해하는 성능이다. 외관 디자인은 차를 바라보는 모두가 본다. 디자인을 평가하는건 개인의 몫이지만, 폭스바겐의 진취적인 도전이 브랜드 가치에 의해 비판받는 일은 확실히 줄었을 것이다. 지속적인 세단 시장의 규모위축과 전동화 트렌드로 중형 세단 파사트는 이미 단산되었고, 아테온도 후속작 없이 단종을 맞이할 예정이다. 판매량 위축에 대한 모멘텀이 둔화되길 바랄 뿐이다.

전문가 평가

89.3
  • 90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95 안전성
  • 95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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