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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N 말고 아N라인 입덕 부정기

호구 소리 듣는 창의적인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차의 서비스라는 아반떼 N을 사도 ㅂㅅ 취급인데 N Line이라니. 근데 이만한 차가 또 없습니다. 그냥 아반떼 보다가 N Line에 빠져버린 한 호구의 이야기 들어보시렵니까?


0단계 : 탐색


2천만 원대 국산차, 경차랑 SUV 제외. 올해로 8년 차를 맞이한 그랜저를 대신할 차를 알아보면서 정한 조건입니다. 지금 차 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소유하고 타고 다닐 생각으로요. 얼마 전에 캐스퍼를 계약해서 경차를 한 대 더 사고 싶진 않았어요. SUV는 그냥 싫었는데 마침 시작 가격도 더 비싸더라고요. 이렇게 좁혀 나가다 보니 답은 아반떼. (K3 살 바엔 아반떼잖아요. 아니면 말고)

 

1단계 : 부정


스마트 트림 기준 더 뉴 아반떼 스마트 트림 가솔린 1.6의 시작 가격은 1975만 원. 가격은 합격인데 구성은 꽝. 15인치 휠은 그렇다 쳐도 파라노마 디스플레이는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건 참을 수 없었어요. 신차 사는데 이거 빠지면 신차 느낌 안 날 것 같아서요. ‘스마트센스 III’를 추가하더라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도 다 빠지던데. 기본 트림에 너무 많은 걸 바랐던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선택품목 네 가지를 다 추가해도 스티어링 휠 열선에다가 1열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까지 없는 건 좀 심하지 않나요? 슈퍼 노멀이라면서. 이건 아닌 듯.


2단계 : 분노


그럼 스마트 트림 위 등급인 모던은? 일단 가격 차이는 298만 원.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포함 ‘컨비니언스 I’(79만 원)이 기본 적용되는 거라 실 가격 차이는 대략 200만 원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200만 원의 값을 하는 건 뭘까 하고 보니 (큰 변화 위주로 몇 개만 추리면) 열선 기능 포함된 가죽 스티어링 휠, 1열 열선/통풍 시트,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16인치 알로이 휠이 있네요. 그리고 앞뒤 모두 LED로 바꿀 수 있는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추가할 수 있는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선택권도 주어지네요. 그래도 여전히 수동 시트에 LED도 앞에만 들어가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랑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도 따로 추가해야 하고. 역시 차는 가장 높은 등급부터 봤어야 했는데 미끼 가격에 속은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스스로를 탓하다 스크롤 내리다 마주한 N라인. 넌 뭔데 괜찮아 보이냐?


3단계 : 타협


18인치 알로이 휠에 라이트는 모두 다 LED로 넣어주고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디퓨저, 싱글 트윈 팁 머플러도 들어가는 N라인. 가죽 스티어링 휠이랑 스포티한 버킷 시트에 N 로고 박히고 실패할 수 없는 검빨 조합까지, 예상치 못한 데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의미한 변화일지 모르겠지만 일반 모델과 달리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도 적용됩니다. 이 모든 변화의 값은 119만 원(모던 트림 대비).

여전히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랑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그리고 전동 시트가 빠져 있지만 구성보단 더 신경이 쓰이는 건 N라인이라는 겁니다. N도 아닌 N라인 배지가 박힌 차,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앞서서요. 검색을 해봅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어떤지 말이죠. 부분변경 전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탓인지 관련 게시물을 찾기 힘듭니다. 엔카에 올라온 매물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아주 조금 있다는 점.

그들도 부분변경 전 모델과 달리 파워 트레인의 변화가 없고 디자인 변화만 가져가는 게 오히려 더 마음에 든다고 하던데, 저랑 생각이 같더라고요. 아반떼 N의 280마력은 제게 과하거든요.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없지만 다루고 싶지도 않고 더욱이 시작 가격부터 연비랑 세금까지, N은 애초에 고민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러다 문득 내 돈 주고 내가 사는 데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어차피 이 카테고리에서 3시리즈를 사지 않는 이상 누구든 한 소리씩 할 테니 내 눈에 예쁜 걸 사는 게 정답일지도.

*N라인 스티어링 휠엔 진동 경고 기능이 빠지는데 저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N라인 모던에 적용되는 전용 시트는 인조가죽이고, N라인 인스퍼레이션부터 천연가죽 시트가 들어갑니다. 수동과 전동이라는 차이점도 있고요.


4단계 : 우울


안전 및 편의 사양에도 욕심을 내니 가장 높은 곳에 시선이 멈춥니다. N라인 인스퍼레이션의 구성 참 마음에 듭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동시트,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BOSE 스피커 등등 신차 사면 넣고 싶은 것들이 다 있어서 더 따져볼 것도 없습니다. 가격은 2780만 원. 취득세까지 포함하더라도 2천만 원대는 맞지만 3000에 더 가까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아반떼에 3천이라. 더 낮은 트림이나 일반 아반떼는 이제 눈에 차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럴 거면 처음 정한 조건이고 뭐고 조금 무리해서라도 돈을 더 보태가 G70이나 3시리즈로 가는 게 좋을는지 아니면 중고차를 알아봐야 하나... 이래저래 3천 아반떼로 얻을 것과 잃을 것에 대한 저울질이 길어집니다. 예산에 여유가 더 있었다면 이런 고민할 필요 없었을 텐데. 저울질이 길어질수록 조금 슬퍼지네요.


5단계 : 수용


머리로는 아니지만 마음은 완전히 기울었는지 계속 찾아보게 됩니다. 몰딩이 블랙 유광으로 바뀌니까 색깔은 검은색으로 할까? N 로고 플로어 매트도 살까? 합리적인 소비는 사고 싶은 걸 사기 위한 지속적인 합리화의 결과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만한 차가 없다는 것도요.

아반떼 스마트 트림은 후회가 남을 선택입니다. 모던은 2273만 원인데 여기에 원하는 선택품목들을 다 추가하면 2680만 원(+407만 원)입니다. 인스퍼레이션이 2691만 원이니 약 10만 원 차가 납니다. 10만 원으로 누릴 수 있는, 다른 말로 모던에서 돈을 더 내도 추가할 수 없는 것들은 천연가죽 시트,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이중 접합 차음 유리, 크롬 벨트라인 몰딩, 에어로 타입 와이퍼, LED 실내등, 그리고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이럴 거면 인스퍼레이션이 낫지.

*모던에서 추가하고 싶은 선택품목: 하이패스+ECM룸미러(25만 원), 파킹 어시스트플러스(129만 원), 현대 스마트센스 I(94만 원), 컴포트 I(114만 원), 익스테리어 디자인(45만 원)

인스퍼레이션과 N라인 인스퍼레이션의 가격 차이는 89만 원. 앞뒤 범퍼부터 그릴, 유광 블랙 몰딩,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 트윈 팁 머플러, 가죽 스티어링 휠, 가죽 변속기 노브, 시트, 메탈 페달, 메탈 풋 레스트, 패들 시프트, 18인치 알로이 휠까지. 인스퍼레이션에서 아쉬운 게 휠(16인치)인데 30만 원 더 내고 17인치로 올리는 것보다 N라인으로 가서 휠도 18인치로 하고 머플러도 밖으로 보이게 빼고 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로 바꾸는 게 더 나은 선택 같지 않나요?

어쩌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져버려서 좋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합리적인 소비 그 이상입니다. 천편일률적인 도로 위에 색다름을 더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굳이 동참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 않나요?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것을요. 부디 이 글이 저와 같은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저는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엔카닷컴,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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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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