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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스며든 본질, 랜드로버 디펜더 110 D300 시승기


생애 주기가 길었던 제품일수록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다. 랜드로버의 디자인 총괄 게리 맥거번이 했던 말이다. 그만큼 초대 디펜더는 오프로더의 아이콘과 같았다. 자동차 디자인의 목적은 보다 매력적인 외모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소비욕을 자극하기 위함에 있다. 그에 앞서, 우리는 자동차의 형태만을 보고 어떠한 목적으로 출시된 자동차인지 깨닫게 된다. 전통적으로 빠르게 달리기 위한 스포츠카는 낮고 넓었으며, 비포장도로를 거닐기 위한 SUV는 차체가 크고 지상고가 높았다. 의전용으로도 쓰이는 승용차는 아늑한 탑승감을 위해 3박스 형식을 답습해온다.



단, 그런 고착화된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세단과 SUV를 섞거나 쿠페나 SUV를 혼합하는 등 크로스오버 형태의 디자인이 현재는 일반적이다. 그런 디자인의 변혁 속에서도 전통을 고수하던 차량도 존재해 왔다. 그런 전통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의 충성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노후화된 차량에 가치를 매겨주는 것, 그런 관습이 지속되어온 만큼 변화를 지양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이미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탈되었을 테니, 하지만 법적인 규제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자동차의 노후화는 안전, 환경 측면에서 불리함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2019년, 랜드로버는 차세대 디펜더를 공개했다. 1세대 디펜더는 1983년부터 2016년까지 부분변경으로만 연혁을 이어온 채 단종되었고, 뉴 디펜더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철회하면서 D7X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 구조를 채택하게 된다. 이름만을 유지한 채 완전히 새로운 SUV가 된 셈이다. 랜드로버는 그 이름의 설득력을 위해 1세대 디펜더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기 위한 열쇠와 같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지는 오직 소비자의 몫이지만, 신기술이 집약된 디펜더라는 몇 계단을 건너뛴 크로스오버가 되었다.


시승 차량은 랜드로버 디펜더 110 D300 75주년 에디션 트림이다. 디펜더의 전신이었던 시리즈 1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에디션 모델로, 75주년 모델에만 제공되는 그래스미어 그린 컬러 및 에보니 시트, 헤드라이닝, 전용 엠블럼 및 각종 디자인 커스텀 사양이 특징이다. 75대 생산 후 단종되었지만, 실질적인 옵션은 D300 HSE 트림을 기반으로 했다. 디펜더의 이름 뒤에 붙는 숫자는 전장을 나타내며, 110은 중간 크기와 같다. 90은 2도어, 130은 8인승이로 구분된다. D300에는 I6 디젤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채택되었다.


디펜더의 전면 디자인은 클래식 모델의 외모를 반영했다. 사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 램프, 그리고 헤드램프 커버 안으로 분할되어 있는 DRL 그래픽이 클래식 모델의 디자인을 형상화한다. 모노코크 바디는 프레임과 다르게 차체 하부가 일체형이다. 때문에 전고가 높은 차는 면적도 그대로 넓어진다. 에이프런과 언더커버의 면적을 넓히고, 형태를 분할하여 입체감을 부여했다. 파워돔과 각종 액세서리가 부착된 보닛도 디펜더만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과거를 반영하지만, 바디 스타일 자체는 곡선형이라 미래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측면 디자인도 클래식 디펜더의 프로필을 그대로 반영해 내고 있다. 우선 프레임 기반의 SUV처럼 프런트 오버행이 굉장히 짧다. 휠베이스와 보닛이 길고, 수직형으로 뻗어있는 D필러 라인이 클래식 모델의 윤곽선과 유사했다. 직선 형태의 휠 하우스와 역시 두껍게 자리 잡은 스키드 플레이트가 특징적이기도 하다. C필러의 도장면은 차세대 디펜더의 개성을 확고히 하며, 루프에 자리 잡은 알파인 글래스까지 상징 요소들이 정말 다양하다. 75주년의 경우 휠 색상까지 그레스미어 그린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 20인치 휠의 디자인은 간결한 모습이다.



후면 디자인이다. 보닛부터 리어 엔드까지 두꺼운 볼륨을 지닌 숄더라인이 역시 개성적인 윤곽선을 그려낸다. D필러 마감 색상과 테일라이트 가니시를 같은 색상으로 일체화했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은 사각형이고, 양측에 자리 잡은 후진등이 헤드램프 그래픽과 통일감을 부여하는 듯 하다. 범퍼는 두꺼운 가니시로 장식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트윈 팁 머플러팁이 눈에 들어온다. 디펜더는 테일게이트가 우측 방향으로 개방되기 때문에 손잡이가 좌측에 위치한다. 그 아래에는 75주년만의 엠블럼이 각인되어 있었다.


인테리어다. 인위적으로 노출시킨 금속 프레임과 마운트 형상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낸다. 반면 인터페이스는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1.4인치 피비프로 디스플레이로 현대화를 거쳤고, 센터 콘솔의 전자식 기어 레버나 오토 에어컨 컨트롤러도 최신화된 감각을 보였다. 센터콘솔이 높게 솟아있어 수납공간이 확장되고, 에어벤트는 대시보드 상단에 마련했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타입, 직경이 굉장히 넓다. 버튼에는 LED 점등 기능으로 ADAS 작동 여부를 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인테리어에도 전용 도색이 입혀진 모습이었다.


2열 공간이다. 휠베이스가 길다 보니 레그룸은 넉넉하고,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까지 확보하고 있다. 후석 독립 공조 기능과 시트 열선을 지원한다. 시트백 각도가 생각보다 기울어져 있어 착좌감도 예상보다 편안했다. 박스 타입 바디덕분에 트렁크 공간도 굉장히 여유로운 편이다. 바닥면이 튼튼하게 마감되어 있고, 바닥판 아래에도 공간 활용을 위한 섬세한 트레이가 있다. 2열 시트 폴딩은 시트백과 방석이 분리되는 방식이라서 평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측면 창과 루프 사이로 비치는 알파인글래스의 채광이 감성을 자극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기본 적용되면서 시동이 매끄럽다. 보통 디젤엔진이라면 느껴지는 불쾌한 떨림이 없다. 시동이 걸린 이후에도 디젤엔진이라 하기에는 부드럽고 조용한 아이들링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에 관한 대책이 잘 마련된 것 같았다. 차체 크기가 큰 편이지만, 3D 서라운드 카메라의 도움을 받는다면 좁은 공간도 마음편히 주행할 수 있다. 특히, 전방 휠 하우스를 클로즈 업하여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카메라가 높은 차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상쇄하여 준다.


D300 트림에 적용되는 직렬 6기통 인제니움 엔진은 최고출력 300HP, 최대토크 66.3Kg.M의 힘을 발휘한다. 구동력은 8단 토크컨버터로 배분하며, 상시 4륜 구동이 기본이다. 48V 시동모터를 활용한 MHEV는 연료 소비 효율을 소폭 향상시키기도 하여 공인연비가 9.8Km/L로 기록된다. 무려 2530KG의 중량을 생각하면 준수한 편이다. 오프로더라는 특수성에 맞게 초반 토크가 강력한 세팅이었다. 크리핑 감각이나 초반 가속감으로는 2530Kg의 무게가 전혀 실감 가지 않았다. 제로백 7초, 차고 넘치는 토크로 여유로운 가속성능을 낸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럽고 매끄럽다.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화한 덕분에 말 그대로 도심형 SUV 다운 승차감을 보인다. 박스타입 바디 특성상 공기 저항과 하중을 감안하면 고속주행도 안정적인 편, 저속에서는 럭셔리 SUV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감각이었다. 독립 현가는 솔리드 액슬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서브 프레임과 볼 조인트, 각종 링크의 내구성을 극대화하여 단점을 보완했다고 한다. 에어 서스펜션은 291mm의 차고 조절 기능으로 험로 주파 능력을 더 하지만, 승차감만으로 확실한 이점이 있다.


별도의 드라이브 모드가 없고 스티어링 감각은 적당히 무겁다. 느껴본 조향감은 언더스티어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회전반경이 타이트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격한 코너에서는 곧바로 롤링이 느껴지지만, 승차감과 이율 배반적인 관계로 논점이 아니다. 반대로 비포장도로에서는 격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요철에 의한 충격을 매끄럽게 걸러주는 느낌이 정말 편안했다. 내비게이션 그래픽이나 HUD는 테마 설정에 따라 대화면 내비게이션을 띄워주기도 하고, 피비 프로는 직관적이고 즉답적인 터치감이 마음에 들었다.


모노코크 타입 SUV가 된 만큼 전반적으로 온 로드 주행에서의 만족감이 돋보였다. 여담으로 디펜더의 D7X 플랫폼은 알루미늄 합금을 활용하여 프레임 방식의 1세대 디펜더보다 비틀림 가성이 3배 높다고 한다. SUV는 바이 온 프레임이 정석이라는 관념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견인 가능한 최대 하중은 3.5톤, 차고 조절 기능으로 38도의 접근각과 28도의 이탈각, 그리고 수심 90CM까지의 도강 능력을 보유한다.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는 험로에서의 뛰어난 지형반응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있으니, SUV의 본질로서 의구심은 생기지 않았다.



랜드로버 디펜더 110 D300 HSE, 75주년 에디션을 시승했다. 클래식 디펜더를 계승한 외모는 어느 배경에서든 확실한 개성을 펼친다. 깔끔한 선과 면의 처리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내주었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강인한 외모와 다르게 부드럽고 여유롭다. 말 그대로 고급 도심형 SUV다. 대신 여타 크로스오버들의 스포츠 세팅을 배제하고, 극한의 오프로드 성능을 첨부한 형식이라 생각했다. 그게 SUV의 본질은 맞을 것이다. 아무렴 차세대 디펜더의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일상적인 데일리카는 물론 레포츠 활동을 위한 최고의 SUV, 혹은 패션카까지 디펜더의 헤리티지는 누릴 수 있다.


글/사진: 유현태

전문가 평가

89.3
  • 90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95 안전성
  • 95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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