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의 판매량이 순항하고 있다. 현행 7세대 그랜저는 2022년 4분기 정식 공개 이후로, 올해 2026 5월부터 정식 출고가 시작되었다. 하이브리드까지 정식 출고가 시작된 6월 실적으로는 한 달 동안 무려 10,062대를 판매하며 국산차 '1위'에 오른다. 7월 판매량도 8532대로, 국산차 중 1위 순번을 2달 연속 이어간다. 그랜저는 페이스리프트 이후 기본 가격이 대략 400만 원가량 인상되면서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도 있었으나, 그래도 기본 옵션과 승차감 보강 등 제품 가치로써는 여전히 합리적인 세단이다.

대략 6세대 그랜저 IG부터 그랜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차' 노릇을 하게 되었다. 특히 그랜저 GN7이 출시되고, 본격적인 연간 판매량 집계가 가능했던 2023년에는 대한민국 단일 차종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은 기아의 더 뉴 쏘렌토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긴 하지만, 그랜저도 꾸준히 TOP5 순위권 안에 이름을 올려왔다. 사실 그랜저와 쏘렌토는 비슷한 가격대에 머무나 '차종'과 '목적'자체를 달리한다. 확실한 건 그랜저와 쏘렌토가 각각 '세단'과 'SUV' 장르에서 경쟁 모델을 제치고 독보적인 인기를 흡수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이기도 하다. 대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은 단순한 판매량보다는 인지도와 수익성이 더욱 중요한 성과 지표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룹사 내 '기술의 대중화'라는 숙명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랜저는 그 최상위 포지션에 있는 세단으로서 높은 판매량 자체가 큰 성과와 같다. 특히 적지 않은 가격 인상이 뒤따랐음에도 대중들이 적절히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자동차 평균 보유 연령이 상승하고 있으며, 세단 시장의 선택지 축소와 판매 양극화, 다수 완성차 기업의 수익성 급락 등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도 크긴 하다.

시승 차량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풀옵션 등급이다. 실제 판매 비중은 1.6 터보 하이브리드 가장 많지만, 가솔린 사양 중에서는 엔트리급 2.5L 직렬 4기통 모델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캘리그래피는 옵션 기준 최상위 트림을 의미한다. 외관에는 19인치 알로이 휠과 다이내믹 라이트, 실내에는 전용 디자인과 나파가죽 시트, BOSE 프리미엄 사운드 등 고급 옵션이 기본 포함된다. 기본 가격은 5,310만 원이지만, 시승 차량은 선택 옵션으로 20인치 알로이 휠, 시트 컴포트 플러스 패키지, 스마트 비전루프가 추가로 선택된다.

그랜저 GN7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은 '샤크 노즈' 스타일을 접목했다고 한다. 전면부 노즈 길이를 최대한 늘리고, 모서리 라인을 살려 공격적인 실루엣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줄로 연결된 심리스 호라이즌 LED 램프는 더욱 얇아진 두께를 갖추었고, 메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욱 크고 입체적인 형태로 가다듬어 진다. 메인 헤드 램프는 기존 범퍼 양 끝단에 배치를 했었는데,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6구 타입으로 크기가 축소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선은 크롬 몰딩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하고, 양 끝에 에어커튼 홀도 구현한다.

측면 디자인이다. 사실 샤크 노즈 디자인을 접목했다고 강조하기에는 전면부 윤곽선이 너무 부드럽긴 하다. 유연한 실루엣 자체로 나름의 세련미와 차분함은 느껴지는데, 단지 샤크 노즈라는 표현에 대한 공격성과는 다소 이질감이 있긴 하다. 아무렴 길게 자리한 보닛 덕분에 전체적인 비율적으로도 차량은 더욱 웅장해 보이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C 필러 라인도 더욱 조화로워 보인다. C 필러에는 1세대 각그랜저 특유 오페라글라스 형상을 그대로 답습했고, 도어 핸들은 여전히 플러시 타입이다. 사이드 리플렉터는 전면 헤드램프와 연결되는 라인을 지향한다.

더 뉴 그랜저 캘리그래피에는 기본 19인치 전용 휠이 채택된다. 하지만 시승 차량은 추가 비용 45만 원으로 20인치 캘리그래피 전용 휠과 피렐리 타이어가 장착되어있다. 정말 휠 디자인만 보면 하나의 조각품처럼 입체적이고 정교한 패턴이 인상적이긴 하다. 거대한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후면 디자인에서는 기존 일자형 테일램프를 유지하는 대신, 가니시 크롬 램프 방식으로 턴 시그널 위치를 상단에 조정했다. 덕분에 범퍼의 검은색 띠 형상도 축소되고, 언더커버 디자인도 새롭게 수정하여 전반적인 고급감과 세련미를 살렸다.


실내 공간이다. 인터페이스는 9.9인치 슬림 클러스터와 17인치 플레오스 커넥트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플레오스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디지털 UI로 클러스터와 각종 조작 기능이 통함된다. 센터패시아에는 주요 기능만 버튼으로 배치했고, 에어벤트가 전동식으로 변경되었다. 센터 콘솔은 듀얼 무선 충전 패드와 컵홀더 등 수납공간, 그리고 양문형 콘솔 박스가 준비된다. 변속기는 칼럼 레버 타입으로 변경,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축소된다. 조수석 에르고 모션 시트와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기억 후진보조 기능도 추가된다.


2열 공간이다. 그랜저의 레그룸이나 헤드룸은 당연히 비슷한 가격대의 세단 중 최고 수준으로 여유롭고, 새롭게 추가된 스마트 비전 루프 옵션으로 개방감을 더한다. 투과도 조절이 가능하다. 센터 콘솔은 다소 올라와 있는데, 폭은 좁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후석 독립 공조 기능이 생겨났고, 열선은 물론 통풍 시트가 기본 포함된다. 기존과 같은 2열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와 전동 도어 커튼은 '시트 컴포트 플러스' 패키지 선택시 제공된다. 스마트 파워 트렁크는 당연히 적용되고, 하단 공간까지 스티로폼 트레이로 마감했다.

시승 차량에는 배기량 2.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채택된다. 최고 출력은 198Hp 최대 토크는 25.3kg.m으로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엔진 제원의 차이는 없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참고로 AWD는 3.5 가솔린 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풀옵션 기준 공차 중량은 1,650kg으로, 시승 차량과 같은 20인치 휠 선택 시 복합 연비는 11Km/L로 인증을 받았다. 준대형 세단치고는 준수한 효율성이면서도, 또 요즘 차량들과 달리 4기통 치고는 고배기량 자연흡기 세팅이라 공회전 상태에서도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승차감에 대한 첫인상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캘리그래피 트림부터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전반적인 주행감은 묵직함과 부드러움이 적절하게 교차한다. 일반 노면에서는 대형 세단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요철이나 방지턱을 만나면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는 감각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더욱 적극적으로 댐핑력을 조정하는 느낌이었다. 20인치 휠을 선택하더라도 단단함으로 인한 불편은 크게 없었고, 특히 요철 구간을 대응하는 유연한 움직임이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그랜저는 사실상 한국 시장 전략형 세단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에 따라 기본적으로는 주 연령층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에, 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적절히 억제한 느낌이다. 물론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롤에 대한 저항성은 약화되겠지만, 일상 주행과 더불어 시내 주행에서는 균형감이 상당히 좋은 승차감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전륜 스트럿바 강성 증대와 유압 제어 리바운드 스토퍼 등 서스펜션 개선을 통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개선했다는 설명도 있다.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출력도 그에 어울린다. 일상용으로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해 주지만, 사실 그 이상의 영역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내 주행에서는 앞서 언급한 정숙성과 더불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여유롭고 선형적인 초반 가속이 세단의 안락함을 극대화한다. 부드럽게 대응하는 8단 토크컨버터 역시 오직 편안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심 주행에서의 가감속은 조용하고 정숙하게 대응한다. 반면 급가속 성능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시속 70Km 이상에서 급가속을 하는 경우 RPM은 치솟아도 속도계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다.

그래도 속력이 꾸준하게 선형적으로 상승하기는 한다. 역시 고속도로 진입 등 일상적인 가속 순간에서는 충분한 가속력을 보여주지만, 딱 그 정도까지라는 의미다. 대신 평상시 부드럽고 조용한 운행이 가능하니, 막연한 단점이 아닌 실용성을 감안한 세팅인 셈이다. 고속에서도 직진 안정성과 크루징 성능은 안락하고 부드럽다. 다만 시속 110Km를 초과하면 선회시 국산차 특유의 롤링은 다소 남아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댐퍼 감쇄력이 조금 더 무거워지고 스티어링 휠도 무게감이 강해지는데, 출력 자체의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잘 안 쓰이게 된다.

차체 형식에 따른 넓은 언더스티어 성향은 운전자로 하여금 더욱더 여유로운 주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전륜구동 특성상 무게가 전방에 쏠려있지만, 차체는 더욱 길다 보니 회두성은 소폭 떨어진다. 특히 휠베이스가 길어 선회 반경이 크게 넓어진다. 대신 부드럽게 운행한다면 준대형 세단의 안정성을 경험할 수 있다. 차량의 복합 연비는 11km/l였고 실제 항속 주행에서는 14km/l 수준의 연비가 계측된다. 도심에서는 8~9Km/L 수준의 복합 연비로 인증 수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효율성이다.

그야말로 '국산차'다운 차량이다. 요즘은 국산차들의 승차감도 유럽차처럼 단단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랜저는 고유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안정성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런 여건을 감안하면서도 확실한 편안함과 동시에 적절한 안정성을 조율하긴 했다. 무엇보다 국산차의 강점은 편의 장비다. 탑승객을 배려하는 각종 편의 장비는 물론, 주행보조 장비 활용 시 대향차까지 고려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가 채택된다. 개인적으로 차로 유지 보조 기능만 따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운전 중에는 큰 도움이 된다.

주행의 완성도를 떠나 차세대 인터페이스 구성에 대한 변화가 운전자로 하여금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사실 아직까지는 무조건적으로 플레오스 커넥트가 선진적이다 단언하기 어렵다. 소형 클러스터는 시야 확보와 별개로 정보 전달에도 한계가 있고, 클러스터로 모든 주행 조건을 확인한다는 게 어색하긴 하다. 이는 소비자층을 적절하게 고려했다고 느낀 승차감과 반대로, 때문에 인터페이스를 보수적으로 변경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나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과, 결국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면 역시 특별한 불만은 없다.

현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캘리그래피를 시승했다. 외관 디자인은 부분적인 보완을 통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반면 실내 공간은 플레오스 커넥트 도입과 함께 레이아웃의 대대적인 변경이 있었다. 공간적 여유와 편의 장비는 당연히 독보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국내 주행 여건에 최적화된 승차감이다. 묵직하면서도 단단하지 않고 편안하다. 엔진 세팅도 가속력은 아쉽지만 정숙하고 부드럽다. 변화한 인터페이스는 앞으로 적응하고 발전해 나갈 부분, 그 외의 모든 영역에서는 '그랜저' 자체의 본성을 거듭 개선해 왔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