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내수 실적은 3만 4,333대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월 대비 41.1%나 감소한 수치, 국내와 해외 합산 판매량도 4년 7개월 만에 30만 대를 하회하게 되었다. 실적 급감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장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지목되며, 두 번째로는 출시를 앞둔 신차 대기 수요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판매 실적을 리드하는 아반떼와 투싼의 신규 생산이 일시적으로 종료되었고, 팰리세이드도 연식변경을 앞두며 기존 주문을 중단한 바 있다. 즉, 9월은 중대한 이벤트가 대부분 해소되었기에 판매 실적 급감은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의 판매량으로 함께 집계되는 '제네시스'는 단기적인 추세 전환이 어려워 보인다. 제네시스는 지난 8월 총 4,545대를 판매하였는데, 지난해 동기 9,311대 대비 무려 104.9%나 하락한 수치와 같다. 볼륨 모델 G80과 GV70, 그리고 GV80과 플래그십 G90까지, 지난 1년간 최저 실적으로 8월 판매를 마감하였다. 그 외 전 라인업은 한 달 100대 조차 판매하지 못했다. 올해 4분기 이내로 GV80과 G80까지 하이브리드의 출시가 예정되지만, 600만 원 정도의 가격 인상과 하이브리드 세액 공제도 종료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매우 높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실적을 단순히 판매량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의 명목처럼, 부가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판매 수치보다도 대당 마진이 중요하다. 원론적으로 보면 잘 팔리는 자동차가 아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오직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헤일로카'라고 표현하는데, 사변적으로 그런 목적성에 가장 부합했던 차량이 GV80 쿠페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역할은 GV90이 이어받게 되겠지만, 소비자에게 실용성이 아닌 '멋'으로 통한 국산 SUV의 흔치 않은 사례와 같았다.


시승 차량은 제네시스 GV80 쿠페 3.5T 48V MHEV E-s/c 등급이다. GV80 쿠페는 2.5L와 3.5L 가솔린 엔진 선택지와 함께, 3.5L 엔진에 슈퍼차저를 결합한 48V MHEV E-s/c 선택지가 제공된다. 슈퍼차저 선택 시에는 레드 도장 브레이크와 듀얼 트윈 팁 머플러, 스포츠 + 모드, 다크 크롬 가니시, 런치 컨트롤도 기본 적용된다. GV80 쿠페는 일반 모델과 달리 AWD 시스템도 기본 탑재, 출시 때 기본이었던 e-LSD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2' 선택 시 함께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된다. 그 밖에 다양한 선택 품목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적용된 시승 차량이다.

GV80 쿠페의 외관 디자인은 일반 모델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전면 디자인에서는 중앙 크레스트 그릴에 더블 레이어드 G-매트릭스 패턴을 적용한 모습, 일반 모델에 비해 공격적인 분위기가 강조된다. 범퍼는 기존 모델과 달리 크롬 몰딩을 최소한으로 배치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스포티한 에어 인테이크 배치가 특징이다. 기존 GV80의 이미지가 가장 확고하게 남는 부분은 MLA 렌즈를 적용한 두 줄 헤드램프다. 이번 시승 차량은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선택하면서, 다크 크롬 가니시가 적용되어 전체적인 무게감을 더한다.

쿠페의 핵심은 측면 디자인이다. 제네시스 GV80은 기존 모델부터 앞뒤 펜더를 강조하는 파워 라인이나, 포물선 형태의 파라볼릭 라인 등 탄탄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강조해왔다. 덕분에 루프라인 형상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포티함에 더욱 가까워진다. 실제로는 차체 전반에 걸친 디자인 변경이 진행되었고, 특히 세단에 가까운 윈도우 라인 덕분에 역동성이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또한 웨이스트라인 끝단을 립 스포일러 형상으로 마감하면서 D 필러 라인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우아함보다는 공격성을 묘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GV80 쿠페는 전용 휠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더하기도 한다. 기본 휠 디자인부터 20인치 사이즈로 적용되고, 시승 차량은 22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이 채택된 사양이다. 후면 디자인은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편자' 형 실루엣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며, 루프 끝단에는 과감한 스포일러를 배치하기도 한다. 테일램프의 형상에도 차별화를 꾀했고, 각종 가니시나 디퓨저 등 공격성을 더하는 액세서리들이 부착된다. 슈퍼차저 사양은 듀얼 머플러에 트윈 팁이 적용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GV80의 쿠페보다는 G80 스포츠의 SUV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내 공간이다. 27인치 OLED 통합형 디스플레이와 터치 타입 공조 패널, 그리고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일반 모델과 달리 D 컷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고, 변속기는 마찬가지로 다이얼 방식이다. 아울러 쿠페 디자인 셀렉션' 선택 시 전용 패턴이 사용된 프라임 나파가죽 시트와 카본 내장재, 각종 인조가죽 마감과 헤드라이닝이 적용된다. 전체적인 편의 구성과 옵션은 일반 모델과 동일한 수준, 추가 옵션으로 탑재된 소프트 클로징, 18스피커 B&O 사운드, 전동식 사이드 스텝 정도가 프리미엄 SUV의 차별화 기능이라 생각된다.


후석 공간이다. 차체 전고가 높은 편이라 헤드룸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다만 공간 자체의 문제보다는 일반 GV80 대비 좁아진 시야에 대한 답답함이 존재한다. 후석 컴포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2열 윙 타입 헤드레스트와 전동 리클라이닝, 슬라이딩, 기본 열선에 통풍 기능까지 탑재된다. 2열 독립 공조와 목베개도 포함된다. 선루프 선택도 가능하며, 후석 14.6인치 모니터는 300만 원 상당의 고가 옵션이다. 전동 트렁크는 당연히 기본, 바닥 공간이 보다 넓고 깊게 느껴진다. 물론 전고가 낮아진 만큼 용량 자체의 손실은 감안해야 한다.

시승 차량에는 배기량 3.5L급 V형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추가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고전압 모터를 활용한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공기를 한 번 더 압축해 준다. 덕분에 기존 3.5T 엔진 대비 최고 출력은 35마력 늘어난 415Hp, 최대 토크는 56kg.m 수준으로 향상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로 후륜 기반 전자식 AWD 시스템이 표준이다. 공차중량 2,280kg, 복합 연비는 8.1Km/l로 인증을 받았다. 가장 고성능 엔진이지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반인 만큼 효율 자체는 소폭 높아졌다.

생각보다 주행 질감 측면에서도 기존 GV80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우선 아이들링 상태에서 엔진의 음색부터가 기존 모델보다는 두텁고 스포티하다. 그다음 차이는 섀시에 있다. 확실히 일반 GV80에 비해서는 감쇠력이 단단하게 조율되어 있고, 노면에 조금 더 밀착된 느낌이다. 우선 시승차량은 편평비가 가장 얇은 22인치 휠이 선택되어 있다. 승차감이 부드럽긴 어렵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기본 제공 사항인데 차체가 무거워서 인지, 방지턱이나 포트홀 등 충격을 크게 받아들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단점을 지적한 건 아니다. 단지 GV80 쿠페라고 하여서, 오직 '디자인'만의 차별을 둔 게 아니라는 주의점이다. 체감상 휠 스트로크도 기존 GV80에 비해 짧게 느껴지고, 그렇다 보니 컴포트 모드라 하여금 기본 세팅 값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스티어링 휠도 기본 무게감 자체가 있는 편인데, 이는 기존 GV80과 유사한 수준 같긴 하다. 일상적으로 편안함을 더하는 럭셔리 SUV의 주행 질감은 아니다. 다만 V6 엔진을 선택했다는 초점에서는 고배기량 엔진 특유의 선형적인 가속감과 여유로운 출력이 정숙성을 큰 폭으로 개선해 주긴 한다.

이런 도심 주행에서의 성격은 가혹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주행 모드는 기본적으로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모드가 제공되는데, 슈퍼차저 모델은 스포츠+ 모드를 포함한다. 추가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과 런치 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이 조금 더 상승하면서 엔진음이 두터워지고, 포트홀이나 코너에 진입할 때 서스펜션의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롤에 대한 억제력은 확실했다. 덩치가 있어서 움직임이 기민하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지만, 속력을 꾸준히 올려도 코너에서의 안정성은 유지하는 모습이다.

특히 E-LSD가 적용된 덕분인지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유연했다. 평소에 느껴지는 핸들링 감각에 비해, 코너에서는 속도를 올릴수록 생각보다 깊은 궤적으로 움직인다. 무게 중심이 균등하게 배분된 느낌, 다만 SUV 특유의 미세한 꿀렁 거림은 존재한다. 또한 아쉬운 점은 가속 응답성과 사운드다. 우선 V6 엔진의 기본 출력 자체가 높은 편이라 2.2톤의 무게도 무리 없이 다룰 수 있는 건 맞다. 다만 터보 래그가 여전히 존재하고, 그에 따른 응답 지연과 변속 반응은 스포츠 모드에서도 다소 컴포트하게 느껴지는 요인이다.

일렉트릭 슈퍼차저도 응답성에 큰 기여를 하는지는 체감 가지 못했다. 반응성을 높인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최고 출력을 높여주는 역할, 터보 개입이 느껴진 이후로는 확실히 순간적인 펀치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단, 직선 구간에서의 퍼포먼스가 유리하며 가감속이 잦은 코너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 결과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사운드였다. 어차피 제너레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이었다면, 조금 더 자극적으로 사운드를 불어 넣어 반응성에 대한 아쉬움을 줄여주면 어땠을까 싶다. 부족한 건 출력이 아니라 단순한 '재미' 혹은 긴장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혹 주행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일상 주행에서의 강점이 된다. 고속 주행 안정성이나 추월 가속, 그리고 정숙성은 럭셔리 SUV로서 GV80이 갖춘 본질이다. 결국 파생형 SUV는 본격적인 고성능 디비전이 아닌, 감성적인 차별이기에 하드코어 한 성능을 부여하는 게 더욱 부담이다. GV80 쿠페의 주행 성능에 대한 장단점을 나열했지만, 사실 수입 쿠페형 SUV들도 일반 라인업은 스포츠성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 복합연비는 가혹 주행에서는 6.2Km/l를 보여줄 정도로 생각보다는 효율적이었고, 항속 주행 시에는 11~12Km/l 내외가 예상된다.


다만 GV80 쿠페로서는 포지션이 살짝 모호하긴 하다. 어차피 제네시스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편의성과 실용성을 원한다면 기존 모델이 가격이나 공간이나 훨씬 매력도가 높다. 반면에 오직 '멋'을 위해서 선택한다면 비교적 스포티한 주행 세팅에 대한 부담감이 일부 존재할 수는 있다. 더 나아가 완전한 고성능 SUV를 찾는다면, 준대형 SUV의 둔감함과 아쉬운 감성 품질은 또 한 번 모호하다. 그런 요인들로 GV80 쿠페의 실적이 실제로도 아쉽기는 하나,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생각되기는 했다.

제네시스 GV80 쿠페 48V E-S/C를 시승했다. 꽤나 완성도가 훌륭한 쿠페의 실루엣에,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링 요소를 가미한 GV80이다. 실내 공간도 D 컷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전용 시트와 카본 인레이 등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편이다. 주행 질감도 유럽 지향형으로 느껴질 정도로 탄탄했고, 고성능까지는 아니더라도 달리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의외로 코너링 성능이 준수했지만, 전체적인 응답성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멋'을 따져본다면, 이를 위한 주행성이나 실용성 측면의 희생이 크지는 않기에 선택의 가치는 분명하다.
글/사진: 유현태